cleanUrl: /post/review/book/origin-of-happiness

행복의 기원

행복의 기원

흔히 행복이 인생의 목표라고들 말한다. 행복하기 위해 풍요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행복하기 위해서는 마음가짐이 달라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모두 행복이 인생의 목표라는데에는 이견이 없다.

『행복의 기원』은 행복에 대한 이같은 수천년 동안 견고하게 이어져 내려온 관점을 코페르니쿠스처럼 뒤집는 다양한 연구결과들을 소개한다. 책에 의하면, 행복이 인생의 목표가 아니라, 인생이 행복의 목표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행복은 생명체의 다른 모든 습성/생김새/행동과 마찬가지로, 결국 생존과 짝짓기를 위한 도구이다.

행복이라는 지고의 가치가, 생존이나 짝짓기같은 저급한, 심지어 망측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관점은 곧바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래서 책은 인간은 100% 동물이다 라는 점을 설명하는데 꽤 긴 분량을 할애한다.

먼저 책은, 직관과 달리 인간의 많은 행동, 또는 결정의 원인이 무의식에 있다는 점을 짚는다. 예를 들어, 사람은 레몬향을 맡으면 청결에 신경을 쓰게 되는 경향이 있다.생존의 위협을 암시하는 포스터에 노출된 사람은, 그렇지 않은 포스터에 노출된 사람에 비해 더 높은 칼로리의 초콜렛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하나의 자극에 노출 되었을 때, 의식적인 지침이나 의도 없어도 다음 자극에 대한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Priming 이라고 한다. 인간은 이러한 행동변화의 원인을 의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본인의 행동을 정당화 하기 위해 다른 이유를 가져다 붙이곤 한다.

이처럼 인간의 행동이 의식수준에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나면, 그리고 인간의 모든 행동원리가 결국 생존과 번식에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고나면

등등은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우리는 결국 동물이고, 다른 동물들이 하는 것과 똑같이 생존과 번식을 위한 비직관적이고 비합리적으로 보이기까지하는 수많은 선택을 끊임없이 이어나가고 있다.

인간이 동물이고, 행복이 생존과 번식의 도구임을 받아들였다고 했을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질문은 "어떤 행동이 행복을 일으켰을 때 가장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될까?" 이다. 이에 대해 책은 결국은 사람이다 라고 말한다.

약한 동물들은 무리를 이루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다. 예를 들어 비둘기가 더 여러 마리 모여있으면 매의 사냥확률은 떨어진다. 또 흡혈박쥐는 사냥에 실패했을 때 이웃에 도움을 받고, 나중에 형편이 괜찮을 때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도움으로써 비상상황에 대응한다.

인간도 다르지 않았다. 초창기 인류는 나무에서 10여명 정도가 무리생활을 했는데, 초원으로 터전이 바뀌게 되면서 더 위험에 많이 노출되는만큼, 자연히 더 무리를 크게 만들 필요가 생겼다. 그에 따라 다양한 구성원들과 교류하고 새로운 사람을 사귀고, 그들의 신뢰를 얻거나 의중을 파악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이러한 상황이 인간의 뇌를 성장시킨 기폭제가 되었다는 것이 사회적 뇌 가설 (social brain hypothesis)이다.

이 당시 사회적으로 따돌림을 당하거나, 이별을 겪는 사회적 고통은 실제 생존에 직결되는 실존적 고통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도 사회적 고통을 느끼는 뇌 부위는 육체적 고통을 느끼는 뇌 부위와 다르지 않다. 얼마나 다르지 않냐면, 이별과 같은 사회적 고통을 느낄 때 타이레놀등의 진통제를 먹은 실험군이 대조군에 비해 더 빨리 사회적 고통이 완화되었다는 연구결과가 있을정도다.